이영도 판타지 장편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 세트』 (전4권). 나가, 레콘, 도깨비, 인간의 네 종족으로 구성된 세계는 나가에 의해 반으로 나뉘어진다. 그러나 세계의 반을 차지하고 있던 나가들의 사회에 일단의 소요가 발생하고, 성인 의식 도중에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결국 누명을 쓴 도망자와 그 뒤를 쫓는 추적자의 숨막히는 추격전이 펼쳐지고, 인간과 레콘, 그리고 도깨비로 구성된 구출대가 그들의 추격전에 난입하며 세계의 위기에 관한 음모가 서서히 밝혀진다.
-『눈물을 마시는 새』 1권부터 4권까지를 엮은 세트입니다. (전4권)
목차
눈물을 마시는 새 1
눈물을 마시는 새 2
눈물을 마시는 새 3
눈물을 마시는 새 4
저자소개
저자 : 이영도
1972년에 태어났다. 경남대학교 국어국문과를 졸업하였다. 1997년 『드래곤라자』를 연재하면서 한국 판타지 작가로 자리매김 하였다.
지배자에 대한 진지한 이해와 접근을 시도한 새로운 형태의 환상 소설
2차 세계 대전 중에 절대 악과 그 악에 맞서서 권력을 좌지우지해야 했던 권력자들의 갈등을 소설로 담아낸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이 반세기가 지나도록 많은 독자에게 읽혀진 이유는 권력의 상징인 ‘왕’과 그 주변 권력의 내부를 샅샅이 파헤칠 수 있는 봉건 시대를 바탕으로 씌어진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판타지 소설만이 가진 이 독특한 특성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조건을 요구하게 되었다. 냉전 체제가 무너지고 권력의 질서가 재편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를 다룰 새로운 화두가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다. 『눈물을 마시는 새』는 그러한 화두에 대한 도전작이라고 볼 수 있다.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단어인 ‘왕’이라는 단어가 이를 대변하고 있다.『눈물을 마시는 새』에는 ‘왕’에 대한 일방적인 숙원(자신이 왕이 되고자 하거나 혹은 왕의 추종자가 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등장하여 사건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시키거나, 왕에 대해 끊임없이 논의하고 추리함으로써 ‘지배자 계급이란 무엇인가?’라고 독자에게 묻고 있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작품의 제목에서 자신만의 해답을 풀어낸다. 제목인 ‘눈물을 마시는 새’라는 뜻은 작품 속에서 ‘백성들이 흘려야 할 눈물을 대신 마시는 왕’을 뜻한다. 이 뜻은 군왕의 조건은 많은 병력이나 부, 혹은 재능이 아니라 백성들이 슬픔이나 죄책감 등 수많은 고통을 대신 짊어져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으며, 왕이 대신 마셔주는 눈물 덕에 백성들은 잔인해질 수 있고, 얼마든지 남을 핍박하고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눈물’은 인간이 해롭기에 몸 밖으로 뱉어내는 것이고, 이를 마신 왕은 오래 살 수도 없다. 작가는 제목과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단어인 권력자 ‘왕’에 대해 막연한 환상만을 갖고 있는 인간에게 ‘왕-지배자’라는 것이 갖는 무거움과 본연의 뜻, 그리고 그러한 인간의 상징물로 내세워진 ‘왕’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공포를 환상 소설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전한다.
동양적 사상을 바탕으로 창조해 낸 새로운 대하 환상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에는 기존 한국 환상 소설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것이 또 하나가 있다. 기존의 한국 환상 소설들은 미국이나 일본의 판타지 소설의 영향을 받아 대부분 중세 유럽만을 배경으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눈물을 마시는 새』는 동양적 색채, 특히 한국적 정서를 기본 바탕으로 집필되었다. 등장하는 주요 네 종족 중 하나인 ‘도깨비’ 경우가 이를 대표하는데, 씨름과 윷놀이를 좋아하며, 도깨비감투를 쓰고 남을 놀라게 하는 것을 즐기지만 피를 두려워하고 폭력을 싫어한다는 점에서 한국 전통의 도깨비와 흡사한 면을 갖고 있다. 또한 작품 속에서 중요한 단서가 되는 고대 왕국의 언어는 우리의 옛말(조선 중기에 사용되던 말)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으며, 등장하는 생명체의 이름 역시 ‘두억시니’, ‘마루나래’ 등 순 우리말로 만들어졌다는 점도 이를 반증한다. 성당의 신부나 성직자, 대주교 등만 다루던 기존 판타지 소설과 달리 사원과 스님, 그리고 주지 등이 등장하는 것도 새로운 점이다.
이영도 식의 독특한 설정과 이야기 진행.
『눈물을 마시는 새』에서도 이전의 작품처럼 이영도 식의 독특하고 신비스러운 이야기가 독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특히 넷으로 구분된 색다른 종족들은 작품의 스토리와 부합되어 사건의 요소요소에서 새로운 반전을 일으키게 한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종족은 역시 현대의 인간과 흡사한 인간족이다. 왕이 되고자 하는 제왕병자들이 가득하고, 저마다 자신의 세력을 키우지만 정작 네 종족 중 가장 나약한 종족이라는 점은 모순으로 가득 찬 인간의 단면을 보여준다. 다른 종족도 이와 비슷한 모순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닭의 모습을 닮은 레콘 족은 3미터에 이르는 큰 키와 강인한 체력, 그리고 신의 선물인 무기를 갖고 있기에 네 종족 중 개인의 무력으로는 가장 강력하다고 볼 수 있지만 철저히 자신의 숙원만을 이루려는 개인주의 때문에 종족이 단합할 수 없고 언제나 홀로 싸우는 약점을 갖고 있다. 불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도깨비는 마음만 먹으면 일거에 수십만을 죽일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폭력과 피를 두려워하는 까닭에 세상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한다. 뱀처럼 비늘이 있고 변온 체질인 나가는 인간의 ‘말’이 아닌 정신적 교감인 ‘니름’을 통해 의사를 주고받으며 심장을 적출함으로써 반(半 )불사의 몸이 되었지만, 변온 체질이어서 북부 지방의 저온을 이겨내지 못하는 체질적 한계를 갖고 있다. 작품 전체의 종족들 중 그 어떠한 종족도 완벽하지 못한 상태를 유지한다.
작품 속에 사용되는 속담이나 격언 등도 종족적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독자의 흥미를 돋운다. 물을 두려워하는 특성을 가진 레콘의 경우 ‘붕어 저택에 빠져 죽을’, ‘녹은 얼음을 뒤집어 쓸’과 같은 욕설이 나오기도 하며, 말 대신 니름이라는 정신적 언어를 사용하는 나가들은 ‘니름도 안 된다(말도 안 된다)’, ‘니름 잘라먹지 마라(말 잘라먹지 마라)’ 같은 변종 언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종족을 초월하여 등장하는 ‘군령자’나 ‘유료 도로당’ 또한 독특한 이영도 식의 소설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들이다. 군령자는 한 육체에 오랜 시간 동안 여러 명의 영혼이 깃든 것으로 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에서 이와 비슷한 육체를 목격할 수 있다. 영생하고자 하는 생명체의 욕구로 인해 탄생한 이 군령자는 항시 ‘더 이상 전령하지 않고 죽겠다.’고 주장하지만 결국 죽을 때에 이르러서는 영생을 위해 남에게 전령하는 나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유료 도로당’이라는 단체는 작품 속에서 길을 정비하는 대신 통행세를 받는 이들로서, 돈을 지불하고 도로를 이용하는 여행객은 고객이며, 무임으로 이용하는 여행객은 무조건 적으로 규정하는 독특한 단체이다. 하지만 그 철저한 규정으로 인해 인간 전체의 적조차도 돈을 지불하기만 하면 고객으로 규정하는 모순에 빠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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