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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법을 따르겠다- 돌베개 우리고전 100선 17 (2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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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397049
ISBN
9791124669112
출판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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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출간일 2026-09-24
페이지, 크기, 무게 351쪽, 135*220mm, 456g
목차
어디로 돌아갈까
백상루 1 / 압록강을 건너며 / 진산강에서 / 수레 위에서 / 대정강 / 신안 / 철산강 건너며 / 스님의 책 앞에 쓰다 / 어디로 돌아갈까 / 천안 가는 길 / 백상루 2 / 타향 사는 아낙의 원한 / 환희령 / 만폭동 / 원통사 / 백전암 / 잠 못 이룬 밤 / 요양의 달 / 삼차하 건너며 / 외로운 밤 / 언제나 나그네 / 설날 / 읽고 또 읽으리라 / 책 욕심 비웃지 말라

내 마음 따라
그리운 아내 / 봄빛 / 비 오는 날의 낮잠 / 잉어회 한입 / 고요한 마음 / 꿈에 만난 벗 / 게으른 관리 / 내 삶을 살아가리니 / 우습구나 내 인생 / 고단한 나그네 이재영 / 계랑을 애도하며 / 호남의 꿈 사라지고 / 의금부에 갇혀 / 좋구나 유배살이 / 유배지에서 / 봄날 / 꽃을 심으며 / 이탁오의 『분서』를 읽고 / 가는 봄을 원망하다 / 늙는 건 괜찮지만 / 양명학 책을 읽고 / 장본청의 심성설을 읽고 / 꿈이 적어져

변혁의 길
통곡의 집 / 호민이 두렵다 / 버려진 인재들 / 참된 학문, 참된 선비 / 관서와 관리를 줄이자 / 소인과 패거리 / 군대에 대하여 / 서쪽 오랑캐를 방비하라

내가 사랑한 사람
아내 / 화가 이정 / 권필 / 사명당 / 엄처사 / 손곡산인 / 장산인 / 장생 / 네 친구의 집 / 이재영에게 보낸 편지 1 / 이재영에게 보낸 편지 2 / 이재영에게 보낸 편지 3

나를 가두지 말라
나에 대한 찬미 / 누추한 방 / 『푸줏간 앞에서 크게 입맛을 다시다』에 붙인 서문 / 근원을 찾는 집 / 나를 비난하는 이들에게 / 개도 불성이 있다더니 / 깨달음의 집 / 꿈 풀이 / 나의 운명 / 『한정록』 서문 / 최천건에게 보낸 편지 1 / 최천건에게 보낸 편지 2

문학에 대한 나의 생각
글쓰기에 대하여 / 시는 어떻게 지어야 하는가 / 우리 문학의 계보와 나의 문학 / 옛날과 지금 / 『고시선』 서문 / 『당절선산』 서문 / 『명사가시선』 서문 / 『구소문략』 발문 / 『서유기』 발문 / 제자백가를 읽고
저자소개
저자 : 허균
1569~1618. 선조·광해군 때의 문신으로, 당대 최고의 시인이자 비평가였다. 성실한 독서가로서 문학 전통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 한편 빼어난 감식안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와 중국의 문학에 대한 비범한 통찰을 보여주었고, 사대부 사회의 규범과 통념에 반발하여 타고난 정(情)과 개성을 강조하는 문학론을 전개했다. 광해군 때 집권 세력인 대북파(大北派)의 핵심 인물로서 형조판서·좌참찬에 올랐으나, 정치 암투의 소용돌이 속에서 역모 죄로 처형당했다. 주요 저작으로 손수 엮은 문집 『성소부부고』(惺所覆?藁)와 시집 『을병조천록』(乙丙朝天錄), 조선의 역대 시를 뽑아 비평을 붙인 『국조시산』(國朝詩刪)이 전한다.

역자 : 정길수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 『구운몽 다시 읽기』 『17세기 한국소설사』, 편역서 『길 위의 노래­김시습 선집』 『나는 나의 법을 따르겠다­허균 선집』, 논문 「전쟁, 영웅, 이념」 등이 있다. 한국 고전소설과 한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출판사 서평
천지 사이의 한 괴물

허균은 선조~광해군 때의 문신이자 당대를 대표하는 문인의 한 사람이었다. 권필(權?)?이안눌(李安訥)과 어깨를 나란히 한 최고의 시인이었고, 현실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통찰이 돋보이는 논설뿐 아니라 고도의 문학 기교가 발휘된 예술 산문에도 능했던 뛰어난 문장가였으며, 당대 제일의 비평가요 박학가였다.
관리로서 허균의 삶은 일생 내내 탄핵과 파직, 재기용의 연속이었다. 허균만큼 정치적 부침이 잦았던 이를 찾기도 쉽지 않다. 거듭된 파직의 원인은 허균의 돌출 행동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균은 누구도 범접하기 힘든 문학적 역량과 박학 덕택에 파직 이후 어김없이 재기용되었다. 특히 명나라 사신을 영접하는 자리에서 고금의 역사와 문학을 논하고 짧은 시간에 수준 높은 시를 짓는 일로는 허균만한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한편 거듭된 탄핵의 사유는 실로 다양하다. 부임지에 기녀를 데리고 가 살았다거나, 상중에 주색을 즐겼다거나, 서얼 무리와 어울려 지내며 무도한 일을 벌였다거나, 불교를 숭상했다는 등 사대부 사회에서는 모두 아연실색할 사건들이다. 정적(政敵)들의 과장 섞인 음해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허균은 이에 대해 일일이 변명하는 대신, 인간이 만든 예교(禮敎)로 자유를 구속할 수 없다며 자신은 하늘이 내려준 정(情)에 따라 살겠다고 일갈했다. 당대인들은 이런 허균을 두고 ‘천지 사이의 한 괴물’(天地間一怪物)이라 규정했다.
허균의 만년은 더욱 드라마틱하다. 허균은 광해군 집권 중반기에 별안간 집권세력의 핵심인물로 부상하여 정국을 주도하며 출세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그 길의 끝에는 불행이 기다리고 있었다. 허균은 역모의 수괴로 지목되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말았다.

제대로 평가되지 못한 허균의 진면목

허균은 16세기 후반에서 17세기 초 조선뿐 아니라 동아시아의 격변기를 살다 간 인물이다. 정치가로서의 허균은 허다한 추문 속에 살다 마침내 반역죄로 처형당한 ‘괴물’로 남고 말았다. 반면 문학가로서의 허균은 조선 한문학사의 보배로운 존재였다. 당대 최고 수준의 시인이자 문장가로 꼽혔을 뿐 아니라 특히 문학적 감식안에 대해서만큼은 허균에 대해 반감을 품은 이들조차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조선 제일의 비평가였다.
그러나 허균 사후의 조선 사회에서 허균의 문학은 금단의 영역에 가까웠다. 허균은 경박한 반항아, 음험한 반역자의 표상으로 일컬어질 뿐 허균 문학에 대한 정당한 평가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허균의 문집 『성소부부고』 원고는 허균이 죽기 직전 사위인 이사성(李士星)에게 맡겨 비밀리에 보관되었고, 이후에도 공식적으로 간행할 수 없어 필사본으로만 전해졌다. 오늘날 완질로 전하는 필사본도 규장각 소장 2종을 포함하여 대여섯 종에 불과하다. 고려대 소장본의 표제가 ‘간죽’(看竹)으로 되어 있듯, 『성소부부고』는 본래의 이름 대신 『간죽집』(看竹集)이라는 제목으로 일컬어지기도 했다. ‘간죽’(看竹)은 당나라 왕유(王維)의 시 ?봄날 배적(裴迪)과 함께 신창리(新昌里)를 지나다가 여일인(呂逸人)을 방문했으나 만나지 못하다?(春日與裴迪過新昌里, 訪呂逸人, 不遇)라는 시 중의 “대나무를 봤으면 됐지 주인은 찾아 무엇 하나?”(看竹何須問主人)라는 구절에서 따온 말이다. 그저 작품만 볼 일이지 작자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말라는 뜻이다. 조선 후기 문인들이 허균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취했던지 짐작하게 한다.
근대로 접어들어 허균은 전혀 다른 시각에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정(情)을 긍정하고 자유를 외친 허균의 강렬한 시문이 눈에 들어왔고, 처형당한 반역자의 형상은 서얼 등용을 주장했던 생전의 주장과 ?홍길동전?에 힘입어 어느덧 중세를 거부하고 평등에 입각한 새로운 세계질서를 꿈꾸었던, 날개 꺾인 혁명가의 이미지로 바뀌었다.
허균의 참모습은 어느 쪽에 가까운가.

허균의 삶과 문학, 나는 나의 법(法)을 따르겠다

개인의 문학과 삶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허균 또한 예외가 아니니, 영화로운 어린 시절과 연이어 가족을 잃은 슬픔, 바쁜 벼슬길, 잦은 파직 등이 그의 시와 산문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급진적인 면이 많았지만, 한편으론 서정성 짙은 글을 많이 적기도 했다. 분명 홍길동적인 면도 있고, 백성을 중시하는 호민(豪民) 주장 또한 파격적이지만, 먼저 간 아내를 그리는 지아비의 슬픔, 관리로서의 힘든 삶을 토로한 글들을 읽다 보면, 허균의 전체 모습을 한마디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남겨진 글을 통해 본 허균은 세속에 휘둘리지 않는 강한 자의식을 가진 인물이었다. 주변의 비판을 의식하고 괴로워하기도 하지만, 끝내 본인의 하고자 하는 바를 관철시키는 모습 속에서 홍길동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호민론(豪民論)이 또 다른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허균의 삶을 보면 그의 명성만큼 형제들의 명성 또한 높았다. 허균의 두 형 허성(許筬, 1548~1612)과 허봉(許?, 1551~1588), 손위누이인 허난설헌(許蘭雪軒, 1563~1589) 역시 한 시대의 인물들이었다. 『선조실록』에서는 허균의 가문이 조선에서 가장 흥성한 가문이라는 칭송을 들었다고 기록했다. 허균은 조선의 대표적인 명문가의 막내 귀공자로 태어났던 것이다.
허균의 둘째형 허봉은 천재였다고 한다. 선조(宣祖) 앞에서 극언을 마다하지 않다가 병조판서 이이(李珥)를 탄핵한 일로 함경도 갑산(甲山)으로 유배 갔고, 2년 뒤 유배지에서 풀려났음에도 도성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금지될 정도로 선조로서는 골치 아픈 존재였다. 십대의 허균은 유배지에서 풀려나 백운산(白雲山)에 머물러 있던 허봉에게 고문(古文)과 당시(唐詩)를 배웠다. 유년기부터 허봉과 그 주변 인물들 간의 문학 토론을 곁에서 지켜본 일 또한 허균에게는 중요한 문학 수업이었고, 허균이 문단의 저명한 인물들과 교유하게 된 것도 주로 허봉을 통해서였다.
1592년에는 임진왜란이 일어나 피난길에 올랐다. 함경도 단천(端川)에서 첫아들을 얻었으나, 산후조리도 못한 채 급히 피난길을 재촉하다 사흘 뒤 아내와 아들을 모두 잃었다. 결혼 7년 만의 일이었다. 과거급제도 못한 때이니 아내 안동 김씨는 아무런 영화도 못 누리고 스물둘의 젊은 나이에 죽었다. 하필 아들의 생일이 7월 7일이라 1년 뒤 칠석에는 직녀성을 바라보며 죽은 아내와 아들 생각에 눈물 흘렸다(?그리운 아내?).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1609년 허균이 정3품 형조참의에 오르면서 조강지처 안동 김씨에게도 ‘숙부인’(淑夫人)의 직첩이 내려졌다. 이때에야 비로소 허균은 아내의 행장(行狀)을 쓰며 젊은 날의 대화를 떠올렸다.

곤궁하던 시절에 나는 당신과 마주 앉아 작은 등불을 켜 밤을 밝히며 책을 읽었다. 그러다 내가 조금 게으름을 피울 것 같으면 당신은 그때마다 농담처럼 이렇게 말했다.
“게으름 부리시면 내 부인첩(夫人帖)이 그만큼 늦어집니다.”
그때야 어찌 알았겠는가, 18년 뒤에 이 부질없는 문서 한 장을 당신의 영전에 바치게 될 줄을! 그 영예를 누릴 사람은 조강지처 당신이 아니니, 당신이 이 일을 안다면 필시 한숨 쉬며 서글퍼할 테지. 아아, 슬프다!
―?아내? 중에서

1594년 문과에 급제한 허균에게 가장 많이 부여된 직무는 명나라 사진의 접대였다. 명나라 사신을 접대하는 자리에서는 고금의 역사와 문학에 대한 토론이 벌어지기도 하고 짧은 시간 동안 시를 지어 주고받기도 해야 하는데, 허균이야말로 그 적임자였다. 쉴 틈 없는 벼슬길, 특히 중국에 사신으로 가거나 의주로 사신 접대의 임무를 맡아 떠나는 등 외지에 머문 일이 많던 허균은 늘 자신을 ‘나그네’라 부르며 안식처를 희구했다.

젊은 시절 화려한 옷 입고 장유(壯遊)를 노래했거늘
거듭 오니 어느새 머리에 흰 눈 덮였네.
고향은 멀리 삼천리 너머
지난 열아홉 해를 회상하네.
내 몸은 영예에도 치욕에도 편안하니
기쁨도 근심도 마음에 두지 않네.
집에 돌아가도 나그네인 건 나의 운명
오직 하늘에 거취를 맡길 뿐.
―?언제나 나그네? 중에서

벼슬길에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그렇다고 해서 벼슬을 끊고 은거지에서 유유자적 살아가지도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허균은 “집에 돌아가도 나그네인 건 나의 운명”이라고 했다.
불교에 경도되었다는 이유로 삼척부사에서 파직당한 허균은 당시의 심정을 다음과 같이 읊었다.

밤에 불경 읽어
집착하는 마음은 없으나
아내도 있고
고기도 먹는다네.
출세의 푸른 꿈 이미 버렸거늘
탄핵이 빗발친들 무슨 근심 있겠나.
내 운명 편안히 여기나니
서방정토(西方淨土)로 가고픈 꿈은 여전하다오.

예교(禮敎)로 어찌 자유를 구속하리
부침을 오직 정(情)에 맡길 뿐.
그대들은 그대들의 법을 따르라
나는 내 삶을 살아가리니.
벗은 찾아와 위로하고
처자식은 마음이 안 좋구나.
그래도 얻은 게 있어 기쁘다오
이백과 두보처럼 이름을 나란히 했으니.
―?내 삶을 살아가리니?

허균의 거침없는 언행은 당대 사대부 사회의 먹잇감이 되기에 충분했다.
“행실도 없고 수치도 없는 사람이거늘 오직 문장 재주 하나로 세상에 용납되었는데, 식자들은 조정에 함께 서는 것을 부끄러워했다.”(1599년 5월 25일, 황해도 도사에 임명된 데 대한 사신의 평)

허균이 생을 마친 1618년에 이르면 이제 허균은 ‘천지 사이의 한 괴물’(天地間一怪物, 1618년 윤4월 29일, 사헌부와 사간원이 광해군에게 공동으로 올린 글), ‘하늘이 낸 괴물’(1618년 8월 22일, 홍문관 관원들이 광해군에게 공동으로 올린 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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