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는 언제나 어른을 자라게 한다.”
엄마와의 거리를 좁히고 싶은 봄이의
아프지만 눈부신 성장통
[추천사]
최근 들어 이토록 응원한 어린 주인공이 있었나 싶다. 무기력한 엄마의 얼굴과 닫힌 문 앞에서 오히려 엄마를 걱정하고 챙기던 봄이가 엄마의 말을 의심하고 익숙했던 모든 것을 새롭게 보게 되는 과정은 아프지만 눈부시다. 이 책은 말한다. 사람은 평생 배우고 평생 자란다고. 그리고 어린이는 언제나 어른을 자라게 한다고.
_송수연(아동문학평론가)
‘엄마가 안 하면 내가 하면 돼.’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 스스로 어른이 되어야만 하는 아이
부모와 친구들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과 문제를 세밀하고 사실적으로 그리는 황지영 작가의 신작 장편동화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물리적, 심리적 어려움에 직면한 십 대들의 심리를 과장 없이 그려 또래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황지영 작가는 돌봄의 대상이 되어야 할 아이가 오히려 엄마의 심기와 상황을 살피고, 살얼음판 위에 서 있는 것처럼 위태로워 보이는 주인공 봄이의 이야기를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게 담았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아이다움을 잃지 않는 봄이와 친구들의 모습은 ‘성장’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성장은 아이들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란 것을 깨달으며 어린이를 대하는 어른의 모습을, 마음을 들여다보게 한다. 어린이의 눈을 통해 어른들의 세계를 돌아보게 만들고, 상처 입은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가는 이야기는 방황하는 모든 아이들과 서툰 어른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넬 것이다.
평범하다는 것을 무엇일까. 봄이에게는 엄마 아빠가 다 있다. 하지만 지금은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엄마 아빠가 이혼한 건 아니지만 아빠는 거의 집에 오지 않고 안부조차 전하지 않는다. 봄이는 되도록 엄마 앞에서 아빠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으려 노력한다. 지금의 평화를, 엄마와의 관계를 깨고 싶지 않은 속 깊은 아이 봄이. 엄마를 귀찮게 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알아서 하는 봄이. 엄마랑 둘이 사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늘 지쳐 있고, 무기력하고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듯한 엄마를 볼 때면 내심 서운하고 엄마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은 평범한 열두 살이다. 다행히 봄이에게는 다정한 친구들이 있다. 말이 지나치게 많아 자꾸 타박을 놓게 되는 정열이와, 자신과 다른 점이 많아서 더 마음이 가는 세정이.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있어 엄마 때문에 속상한 마음도 잊게 된다.
하지만 세정이와 가깝게 지내면서 봄이는 엄마랑 자기가 사는 집이, 엄마와의 관계가 평범한 여느 집들과 다르다는 것을 점점 깨닫게 된다. 발 디딜 곳 없이 짐으로 가득 찬 자기네 집과 달리 미술관처럼 깨끗하고 아늑한 세정이네 집, 세정이가 늘 챙겨와서 얻어 마셨던 보리차, 한 번도 빨지 않아 더러운 실내화, 세정이네 집에 놀러 갔을 때 냉장고에서 꺼내 준 신선한 과일과 간식, 다른 아이들과 달리 시간 제한 없이 쓸 수 있는 자신의 스마트폰… 자유롭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엄마의 무관심과 방관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평소에 엄마가 친구들을 집에 데려오지 못하게 한 것도 이런 것 때문이었을까? 봄이는 자기가 여태껏 모르고 지나왔던 것들이 또 있지 않을까 자꾸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동안 애써 이해하고 지켜 왔던 엄마에 대한 마음이, 믿음이 조금씩 녹아내리고 있음을 감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