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죽었을 때 나는 책의 형식으로 그를 위한 묘비명을 만들었다. 이것은 그것에 가능한 한 가깝게 한 복제본이다." - 앤 카슨
『녹스』는 시인이자 번역가, 고전학자인 앤 카슨이 1978년부터 2000년까지 22년 동안 한번도 얼굴을 보지 못하고 헤어져 지내던 오빠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만든 책입니다.
이 책은 처음에는 하나의 수첩이었습니다. 앤 카슨은 오빠와 자신의 유년을 담은 사진, 먼 곳에서 오빠가 어머니에게 보냈던 편지, 미처 모르고 지나쳤던, 살아 있던 오빠의 역사를 수집합니다.
그리고 카툴루스라는 고대 로마 시인의 시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오빠의 죽음과 함께 떠올린 상념들을 쓰고, 그리고, 인쇄하고, 찢거나 날카롭게 오려내어 풀로 붙이면서 하나의 수첩으로 완성합니다. 이렇게 완성된 비망록이 책의 형태를 띄게 될 때, 매끄러운 보통의 책과는 달라야만 했을 것입니다.
최초의 수첩이 만들어지는 방식을 최대한 재현하려 애쓴 복제본은 먼 우회로를 거쳐 한 권의 책이 됩니다. 그 과정에는 기계의 영역을 벗어나 사람의 손으로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 무수히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 『녹스』는 한국의 ‘활판공방’ 장인들의 수작업을 거쳐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됩니다.
목차
없음
(192쪽의 종이가 하나로 쭉 이어져 한 권의 책을 이루는 아코디언북)
저자소개
저자 : 앤 카슨
1950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에서 태어났다. 시인, 에세이스트, 번역가이자 고전학자이다. ‘생업으로 고대 그리스어를 가르친다’라는 짧은 문장으로 자신을 소개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 앤 카슨은 서점에서 윌리스 반스톤이 번역한 『사포 시 전집』을 보고 고대문학에 마음을 빼앗겼다. 고등학교 때부터는 선생님이 점심시간마다 틈틈이 가르쳐준 고대 그리스어로 고전을 읽기 시작하며 사포, 에우리피데스, 소포클레스 등 수천 년 전 시인들을 벗으로 삼았다. 이후 토론토 대학에 진학해 고대문학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현재까지도 프린스턴, 맥길, 코넬 등 여러 대학에서 고대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짧은 이야기들』(1992)과 뒤이어 출간된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1995)은 연구자로서 살아온 그가 시인으로서 내디딘 첫걸음이자 현대시의 영역에서 그의 입지를 다져준 책이다. 그뒤로도 카슨은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고대와 현대문학, 시와 산문을 한데 아우르는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꾸준히 개척해왔으며 현재 세계문학을 이끄는 문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카슨은 1996년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으로 A.M. 클라인상을 받았다. 그 외 작품으로도 맥아더 펠로우십, 구겐하임 펠로우십, 그리핀시문학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으며,‘ T. S. 엘리엇상을 받은 최초의 여성’이라는 타이틀을 안기도 했다. 2020년에는 “고전 연구로 혁신적인 시학을 구축하고 현시대를 인식하도록 했다’라는 평가를 받으며 아스투리아스공상을 수상했다.
역자 : 윤경희
파리8대학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수업하고 있다. 산문집 『분더카머』를 쓰고 그림책 여러 권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