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비밀 7
아모크 광인 109
어느 여인의 인생의 스물네 시간 191
감정의 혼란 275
해설 | 인간 심리의 수수께끼 391
슈테판 츠바이크 연보 405
상세 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슈테판 츠바이크
1881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났다. 김나지움 시절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고, 빈과 베를린 대학에서 독일문학과 프랑스문학을 전공했다. 1901년 첫 시집 『은빛 현』을 출간하며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1914년 제1차세계대전 당시 자원입대하여 군 신문의 기자로 활동했고, 전쟁 종식 후 오스트리아로 돌아와 『세 거장』 『악마와의 투쟁』 『세 작가의 인생』 『로맹 롤랑』 등 유명 작가들에 대한 평전을 발표했다. 또한 역사적 인물을 통찰하는 심도 있는 전기 『조제프 푸셰』 『마리 앙투아네트』 『메리 스튜어트』 등을 집필하며 세계 3대 전기 작가 중 한 사람으로서 명성을 떨쳤다. 무엇보다 「불타는 비밀」 「아모크 광인」 「감정의 혼란」 등, 프로이트의 영향하에 욕망하는 인간의 내면과 인간관계에서의 심리작용을 예리하게 포착해낸 완성도 높은 중단편들로 평단과 대중을 모두 사로잡았다. 유대인으로서 나치의 금서 탄압과 압박에 시달리다, 1934년 런던으로 피신해 영국 시민권을 획득했다. 이후 유럽을 떠나 브라질로 망명했다. 1939년 소설 『초조한 마음』을 발표했고, 1941년 자전적 회고록 『어제의 세계』와 소설 「체스 이야기」를 완성했다. 1942년 정신적 고향인 유럽의 자멸로 우울증을 겪다 유서를 남기고 아내와 함께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역자 : 황종민
서울대 독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독일 괴팅겐대학에서 수학했다. 『라데츠키 행진곡』으로 한독문학번역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번역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모래 사나이』 『미하엘 콜하스』 『게르트루트』 『현대미술,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다』 등이 있다.
출판사 서평
생전에 펴낸 완성도 높은 네 편의 걸작, 욕망하는 인간의 심연에 담긴 진실
나치가 정권을 장악하기 이전, 즉 유대인 작가로서 자신의 책들이 금서로 지정당해 수난을 겪기 전, 당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세를 떨치던 작가 츠바이크는 네 권의 노벨레집을 펴냈다. 이번 세계문학전집 『감정의 혼란』은 그 시리즈 2~4권에 실린 소설 중 네 편을 엄선해 묶은 소설집이다. 이 중편들은 욕동하는 인간의 내면에 깃든 진실을 파헤쳐나가는 심리소설의 대가 츠바이크의 문학의 진수를 보여준다. 성장통, 광기와 열정, 죄책감과 집착, 동성애 등 다양한 테마를 입체적으로 맛볼 수 있도록 ‘걸작들’로 호명되는 작품들로 구성했을 뿐만 아니라, 한독문학번역상을 수상한 황종민 번역가의 섬세하고도 유려한 번역이 실감나게 감정 세계로 진입하게 함으로써 작품 읽기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첫번째 「불타는 비밀」은 어린 시절 에로스에 눈뜨는 경험을 주제로 한 2권 『첫 경험―네 편의 어린 시절 이야기』(1911)에 실렸던 작품이다. 첫 발표 당시 별권으로도 출간되어 수십만 부가 팔렸다. 한 지방 호텔에 휴가차 방문한 오스트리아 남작과 그가 유혹하려 접근하는 아름다운 귀부인, 그녀의 아들 사이에 벌어지는 심리전을 다룬 소설이다. 요양차 어머니와 함께 호텔에 묵게 된 열두살 소년 에드가는 병약하고 외톨이인 자신에게 호의를 품고 다가온 남작에게 크나큰 동경과 열정을 느낀다. 그러나 곧 이 바람둥이 남작이 자신의 어머니에게 접근하려고 전략적으로 자신을 이용했다는 사실과 어머니와 남작 사이에 수상쩍은 관계가 있음을 알고 배신감과 분노를 느낀다. 기만과 위선이 깃든 어른들의 비밀스러운 욕망의 세계에 한 발짝 다가선 소년의 성장통을 섬세한 필치로 긴장감 있게 묘사한 수작이다.
두번째 「아모크 광인」은 중년기 인간의 욕동을 그리는 3권 『아모크―열정의 노벨레들』(1922)에 실렸던 중편이다. 아모크는 과거에 열대지방 말레이 문화권에서 번지던 하나의 광기어린 열병을 가리키던 말로, 이 소설 속 독일인 의사가 빠져든 치명적인 병적 열광 상태를 가리킨다. 여행자인 화자는 인도에서 유럽으로 가는 배에서 사람들을 피해 숨어 있던 한 독일인 의사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고립된 식민지에서 일하던 이 독일인 의사는 어느 날 상류층 백인 여인이 자신에게 찾아와 오만한 태도로 낙태수술을 요구하자, 억눌려 있던 자신의 뒤틀린 욕망을 일순간 이 고압적인 여인에게 투사하게 되고, 결국 자신을 거절하고 떠난 여인이 다른 곳에서 불법시술을 받다 감염으로 죽어가는 걸 지켜보면서 남편도 세상 누구도 이 사실을 모르게 해달라는 여인의 명예를 지켜주고자 사인을 조작했고 이 배에 그 여인의 관과 함께 실리게 됐다는 고백이다. 한때의 불가해한 충동에 눈멀어 자신이 저지른 과오에 분노어린 죄책감, 광기어린 회한에 휩싸인 채 자기파멸을 향해 숨가쁘게 치닫는 인간을 강렬한 문체로 그려냈다.
세번째 「어느 여인의 인생의 스물네 시간」과 네번째 「감정의 혼란」은 인생의 황혼기에 과거의 열정을 회고하는 4권 『감정의 혼란―세 편의 노벨레』(1927)에 실렸던 작품들로, 프로이트, 고리키 등 문학비평계로부터 ‘걸작’으로 칭송받았다. 「어느 여인의 인생의 스물네 시간」은 한때 충동적으로 휘말려든 과거의 요동치던 감정을 회고하는 영국 노부인의 서사가 중심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한 여관에 모인 일곱 명의 숙박객들이 옆의 호텔에서 벌어진 호텔 주인의 아내와 거기 묵던 사근사근한 한 청년의 야반도주를 놓고 벌이는 입씨름이다. 그러다 우연찮게 화자인 나는 말없이 좌중을 살피던 한 영국의 노부인한테서 과거의 이야기를 듣는다. 마흔에 남편과 사별한 후 인생에서 열정을 잃고 방황하던 그녀는 우연찮게 한 청년이 룰렛 도박에 집중하며 사력을 다하는 걸 보고 그 열정에 반해 하룻밤새 그와 걷잡을 수 없는 충동에 휘말려 황홀과 절망의 밤을 보냈다는 것이다. 인간이 진정 살펴야 할 것은 한 시대의 도덕적 관습이라기보다는 무의식적 열정과 내면을 휘어잡는 자유임을 은은하고 열정적으로 묘파해 보인다. 1931년부터 현재까지 아홉 번이나 영화화되었고 2014년 웨스 앤더슨의 〈그랜드부다페스트 호텔〉에도 영감을 주었다.
네번째 「감정의 혼란」은 회갑을 맞은 영문학 교수가 자신의 대학 시절 스승을 회고하며 오랫동안 감춰온 내면의 혼란스러운 진실, 즉 스승에 대한 뒤늦은 사랑을 고백하는 이야기다. 고리타분한 학문세계를 등지고 방탕하게 살던 나는 아버지의 뜻하지 않은 방문으로 다시 맘을 바로잡고 한 시골대학에 등록한다. 그곳에서 마침 셰익스피어에 대해 강의하던 한 교수의 열정어린 강연에 완전히 도취당해 급속도로 스승과 가까워지나, 불타오르는 학문의 열정 속에서 때로 종잡을 수 없는 스승의 태도에 알 수 없는 혼돈에 빠지고 만다. 그러다 예기치 않은 순간 교수의 젊은 아내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게 되고 이에 괴로워하던 그에게 스승이 사랑을 고백해오자 한없는 죄책감과 당혹함 속에서 그곳을 뛰쳐나오고 만다. 피의 관능과 정신의 열정이 들끓으며 소용돌이치는 욕망의 내면을 파고드는 츠바이크 문체의 절정을 보여주는 걸작이다.
인간의 심연 속에 꿈틀대는 욕망의 다양한 얼굴과 무의식이 건네는 수수께끼 같은 눈짓을 순간순간의 오롯한 인생의 진실로서 문학적으로 가장 잘 조형해낸 소설가 츠바이크, 그는 전후에 도래할 인간의 미래에 섣불리 희망을 걸진 못했으나 그 누구보다 인간의 생동하는 내면을 환히 비추고 그 굴곡진 삶의 한복판에서 함께 출렁이기를 주저하지 않은 작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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