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붙일 수 없는 분노와 우울과 혼란
자기혐오로 무너졌던 시간들에 대한
처연하고 찬란한 고백
우울과 절망을 유머러스한 언어로 쓰는 작가
멕 메이슨이 그린 망가진 삶과 회복의 이야기
〈파이낸셜 타임스〉와 〈더 타임스〉에서 기자로 경력을 쌓기 시작해 〈뉴요커〉 〈보그〉 〈엘르〉 등 유력 매체에 글을 기고하며 꾸준히 소설을 발표하고 있는 멕 메이슨은 현실 앞에 분투하는 여성의 삶을 솔직하고 과감한 필치로 그려내는 작가다. 2017년 딸이자 엄마로서 살아가는 여성의 내면을 핍진하게 그려낸 장편소설 『엄마가 되다』로 데뷔했고, 5년 뒤 발표한 두번째 소설 『슬픔과 기쁨』으로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함과 동시에 2022년 브리티시 북 어워드를 수상했다.
『슬픔과 기쁨』은 평생 우울과 자살 충동을 겪으며 살아온 주인공 마사가 스스로 무너뜨린 삶을 회복하는 이야기다. 삶이 버겁게만 느껴지는 마사는 자신에게 결함이 있다고 여기고, 좌절과 체념 끝에 삶을 방기한다. 이제 자신에게는 슬픔과 아픔만 남았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절망의 끝에서 기쁨을 되찾고자 하는 의지를 마주한다. 그리고 마침내 용기를 내어 다시 일어선다. 멕 메이슨은 『슬픔과 기쁨』을 통해 처절히 실패하고 낙담했지만 다시 시작하고 싶은 이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한다.
저자소개
저자 : 멕 메이슨
호주의 기자이자 소설가. 〈파이낸셜 타임스〉와 〈더 타임스〉에서 기자로 일하기 시작해 영국에 5년 동안 거
주했으며, 호주 시드니로 이주해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뉴요커〉 〈GQ〉 〈보그〉 〈엘르〉 〈마리끌레
르〉 등 유력 매체에 주기적으로 글을 기고했다. 딸이자 엄마로서 살아가는 여성의 삶을 솔직하고 재치 있게 풀어낸 『엄마가 되다You be Mother』(2017)로 데뷔했다. 한평생 우울에 시달리며 살아온 여성 마사가 자신에 대한 혐오와 연민에서 벗어나 온전히 일어서는 과정을 그린 두번째 장편소설 『슬픔과 기쁨』을 통해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하고 2022년 브리티시 북 어워드를 수상했다. 현실 앞에 분투하는 여성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멕 메이슨의 소설은 미국, 영국, 독일, 폴란드, 이탈리아, 중국 등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 사랑받고 있다.
역자 : 이은선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와 같은 학교 국제대학원 동아시아학과를 졸업했다. 출판사 편집자와 저작권 담당자를 거쳐 전문 번역가로 활동중이다. 옮긴 책으로 『더 체스트넛맨』 『고아 열차』 『주황은 고통, 파랑은 광기』 『딸에게 보내는 편지』 『사라의 열쇠』 『키르케』 『홀리』 『미스터 메르세데스』 『아래층에 부커상 수상자가 산다』 『그레이스』 『도둑 신부』 『카디프, 바이 더 시』 『중요한 건 살인』 『맥파이 살인 사건』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베어타운』 『블루 아워』 등이 있다.
불안, 자책, 분노, 두려움, 자기혐오와 자기연민……
진단받지 못한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일상을 담다
매사에 시니컬하고 좀처럼 애착을 보이지 않는 마사는 마흔 살 여성이다. 열일곱 살 때 처음 찾아온 발작적 공포와 무기력감에 병원을 찾지만, 입술 주위가 멍든 것 같은 신체적 증상만 보고 의사는 청소년기에 흔히 걸리는 병이라고 단정지으며 오진을 한다. 꾸준히 약을 먹고 마음을 다잡아도 공포와 우울, 불안, 자살 충동은 사라지지 않고, 성인이 되어서도 상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까탈스럽고 유난스러운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는 일상이 반복되자, 결국 마사는 고립된다. 자신은 구제불능이며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는 방어기제를 세우고는 자신의 인생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여긴다.
저녁을 먹던 도중에 조너선이 정신질환과 그걸 앓기로 선택한 사람들을 주제로 논평을 늘어놓았다. 그전까지 나누던 대화와 전혀 상관없는 주제였다. 그의 경험상, 정신적 장애가 있다고 떠들어대는 사람들은 재미있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경우, 혹은 사람들에게 열심히 늘어놓는 어린 시절의 상처 때문이 아니라 어쩌면 자기 손으로, 그것도 아주 평범하게 자기 인생을 망쳤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 둘 중 하나에 해당한다고 했다. (93p)
마사의 겉모습만 보고 다가온 조너선과의 결혼도 금방 끝난다. 급변하는 감정 상태 때문에 식욕을 잃고 말라가던 마사를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 착각한 조너선은 그녀의 취약한 모습을 발견하자 곧바로 비난한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사랑해온 오랜 친구 패트릭과의 두번째 결혼생활 역시 삐걱대기 시작한다. 자기혐오에 빠진 마사가 분노와 절망의 시한폭탄을 끌어안은 채 날을 세우고 그를 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그녀의 마음 깊은 곳에는 삶에서 기쁨을 누리고, 사랑받고, 건강한 관계를 쌓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이미 망가졌지만 그래도 스스로를 포기할 수 없었던 마사는 용기 내어 병원을 찾고, 충격과 혼란 속에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자기방어로 똘똘 뭉친, 나약하고 신경질적인 마사를 마냥 비난할 수 없는 건 그 안에 우리의 모습이 비치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우울과 무기력, 분노와 원망 때문에 겪는 신체적·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모두 겪는 일일 뿐이라고, 조금만 쉬면 스트레스가 풀려 나아질 거라고 믿으며 스스로를 방치한다. 작가는 이런 우리에게 각자의 고통을 제대로 아는 것이 자기 자신과 세상에 손을 건네는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우리를 무너뜨리고 일으키는 가장 가까운 존재
가족에게 느끼는 미묘한 감정에 대한 진솔한 고백
마사는 어머니와 이모, 여동생 잉그리드와의 관계 속에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한다. 매일같이 술과 파티를 즐기던 어머니는 가족들 위에 군림하는 존재였다. 제대로 된 훈육을 하지도, 모범을 보이지도 않는 어머니를 보며 마사는 체념을 배웠다. 풍족한 삶을 누리는 이모는 실패한 시인인 아버지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조각가인 어머니의 열등감을 부추겨 마사에게도 거북한 감정을 일으켰다. 가장 사랑하는 존재인 잉그리드에게도 좋은 감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어머니 아래에서 자라며 생긴 끈끈한 유대감이 있지만 둘은 완전히 다른 삶을 살기 때문이다.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며 아이 없이 살아온 마사와 달리, 오래 만난 연인과 결혼해 아이를 넷이나 낳고 안정적인 삶을 사는 잉그리드에게 그녀는 질투를 느낀다.
나는 어머니의 관점에서 이모를 인식하고 있었다―나이가 많고 까다로우며 내면의 삶이나 그럴듯한 열정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내 눈으로 이모를 바라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이모는 어른이었다. 책임지는 사람, 체계적이고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그런 걸 창조하고자 애쓰는 사람이었다. 이모가 눈을 들어 천장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여전히 축축한 앞치마를 입은 채였다. (78p)
그러나 이들은 마사를 구성하는 존재들이다. 어머니는 자신의 예술세계에 심취해 제멋대로 굴지만 마사의 마음 면면을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결핍을 모르고 허영만 가득해 보이는 이모의 모습 뒤에는 동생을 돌보느라 학교를 자퇴하고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은 쓸쓸한 여성이 있다. 모두에게 사랑받으며 불행이 뭔지도 모르고 자란 철딱서니 잉그리드는 언니 마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가장 가까운 친구다. 어머니와 이모, 잉그리드는 질투, 원망, 미움 끝에 사랑을 느끼게 하는 이들이다. 작가는 마사의 눈을 통해 일그러지고 병든 가족의 모습을 그린다. 가족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우리를 격렬하게 파괴하고, 상처를 깨끗이 아물게 하며, 또다시 일으켜세우는 존재라는 사실을 생생하게 표현한다. 복잡하고 미묘한 가족이라는 관계, 그 안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마사의 삶을 통해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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