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아모스 오즈
1939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아모스 클라우스너이다. 열다섯 살 때 집을 나와 키부츠에서 생활하며 중등 교육을 마쳤고, 이때 히브리어로 ‘힘’을 뜻하는 ‘오즈’로 개명하며 키부츠 소식지와 신문 등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에서 히브리 문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문학을 공부했다. 1965년 발표한 단편집 『자칼의 울음소리』로 홀론 상을 수상했다. 1967년 참가한 6일 전쟁과 시나이 전투에서 전쟁의 참혹함을 목격했다. 전쟁 직후인 1968년 발표한 『나의 미카엘』은 남녀 간의 사랑, 이상과 현실의 간극으로 방황하는 인간상을 절묘하게 담아낸 수작이다. 전 세계 29개 언어로 출간된 이 책으로 그는 현대 히브리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인정받았다. 1987년부터 2005년까지 이스라엘 브엘세바의 벤구리온 대학교에서 히브리 문학 교수로 재직했고 1997년 프랑스에서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1998년 이스라엘 최고의 영예인 이스라엘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밖에 괴테 상(2005), 프리모 레비 상(2008), 프란츠 카프카 상(2013), 박경리 문학상(2015), 스티그 다게르만 상(2018) 등 전 세계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작품으로 『블랙박스』(1987), 『여자를 안다는 것』(1989),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2002), 『삶과 죽음의 시』(2007), 『유다』(2014) 등이 있다. 2018년 일흔아홉 살의 나이에 별세하여 키부츠 훌다에 묻혔다.
역자 : 윤성덕
연세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하고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 유대민족의 역사 학과에서 석사를 마쳤다. 미국 신시내티로 이주해 히브루 유니언 컬리지에서 히브리 성서와 고대근동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연세대학교 신과대학,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서강대학교 신학과에서 강사로 활동 중이며 연세대학교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전문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고대근동학과 유대학에 관련된 논문들을 발표했고,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학 선집 『슈메르 사람들의 이야기』와 유대교 전통 문헌 『미쉬나』의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역자 : 김영화
건국대학교 농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이스라엘의 공동생활집단인 키부츠 체험 여행을 떠났다가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 유아교육학과 석사 과정에 입학했다. 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 학생들과 외교관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쳤다. 번역 작업 등으로 히브리어와 히브리 문학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고 있다.
출판사 서평
닿지 않는 소통과 끊을 수 없는 애증의 창구
소설은 일라나가 이혼 후 칠 년 동안 일절 교류하지 않던 전남편 알렉스에게 쓴 편지로 시작한다. 가정에 충실한 교사 미쉘과 재혼해 딸아이를 낳고 소박한 가정을 꾸려 가고 있는 일라나는 알렉스의 아들인 보아즈가 일으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돈을 요구한다. 냉정하게 지불을 보증하는 감정 없는 알렉스의 답장을 받고, 일라나는 그에게 다시 편지를 쓴다. 두 사람이 서로를 얼마나 미친 듯이 사랑했는지, 결혼 생활은 얼마나 불행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혼에 이르렀는지를 회상한다. 스스로 선택한 균열을 주저 없이 확장해 가는 일라나의 마음과 굳게 닫혀 있지만 속절없이 녹아내리는 알렉스의 마음이 이보다 솔직할 수 없게 터져 나온다.
오즈는 때로 열정적이고, 헌신적이며, 지적인 말투로 분노와 불평과 책망과 사랑을 다채로운 관점에서 그린다. 독자들은 아주 불친절한 감독이 찍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것처럼 한 번에 한 사람의 말만 듣게 되며, 다음 편지를 읽고 그다음 전보를 읽을 때마다 주인공들이 하는 말을 듣고 그들이 경험했던 과거를 전해 들으며 이들에 관한 이미지를 수정해 나가야 한다. -「작품 해설」중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편지, 전보, 메모로만 이루어진 작품의 구성은 인물 간의 사랑, 결속, 증오 등 복잡다단한 감정의 결을 세세하게 살핀다. 서서히 고도를 높이는 비행기의 이륙처럼 오가는 편지의 어투는 조금씩 솔직해지고 과감해진다. 편지는 자기 자신을 향한 독백인 동시에 받는 사람에게 닿기를 호소하는 절절한 외사랑이다. 얼굴을 맞대면 몇 분으로 끝날 이야기를 편지로 전할 때는 몇 시간, 며칠에 걸쳐 곱씹고 수정과 퇴고를 반복해야 한다. 상대의 말을 인용해 반박하기도 하고, 인정하며 덧붙이기도 하며 답장을 보낸다. ‘소통’하지만 ‘단절’되어 있는 편지의 특성이 이혼 후 처음으로 대화를 시작한 일라나와 알렉스의 상황과 맞물려 그들의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사랑의 보편성을 절묘하게 짚어 내는 아모스 오즈의 서정적이고 담담한 문장들은 굽이치는 감정의 파고를 증폭시킨다.
결속하지 않는 이스라엘 사회의 ‘블랙박스’를 해독하기
아모스 오즈는 우파 시온주의 집안의 학자 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권위적인 아버지의 세계에 반항해 열다섯 살에 공동생활 정착촌인 키부츠 훌다로 들어갔다. 현대 히브리어를 모국어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최초의 작가 중 하나이기도 한 아모스 오즈에게 ‘정체성’은 전체 작품을 관통하는 화두다. 광신도 연구로 세계적 권위를 거머쥐었지만 평생 누구도 사랑하고 사랑받지 않은 고독한 ‘용’과 같은 알렉스는 유럽계 유대인 ‘아쉬케나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와 대척점에 놓인 미쉘은 북아프리카 출신 유대인 ‘미즈락히’를 상징한다. 가난과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스라엘로 이주한 이들은 고대 이스라엘의 종교적 전통을 숭상한다. 오즈는 종교, 경제, 인종 등 다양한 층위에서 반목하며 섞이지 않는 이스라엘 현대 사회의 긴장과 정체성에 관한 고민을 두 인물 사이의 갈등으로 정확하게 묘사한다.
반면 일라나와 알렉스의 아들 보아즈는 다음 세대의 희망을 보여 준다. 보아즈는 다른 이상을 추구하면서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고 또 후회하는 부모 세대를 모두 자신의 공동체로 초대한다. 성격과 외모가 서로 다르고 정치적 목표나 종교적 이상이 달라도 모두를 품어 주는 땅으로 돌아와 땀을 흘리며 일하고 음식을 나누고 노래를 부르자고 제안한다. 알렉스와 미쉘 둘 다를 사랑하며 스스로 번뇌 속에 가둔 일라나는 정상적인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크지 못해 깊은 상처를 입고 폭력과 반항을 일삼았던 아들이 새롭게 나아가는 길을 보며 작은 위안을 얻는다. ‘고통스럽게 분열된 가족의 일원’이자 비극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어머니를 지켜봐야 했던 오즈의 자전적 서사가 각 인물의 ‘블랙박스’에 담겨 현대 이스라엘의 시대상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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