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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로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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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262033
ISBN
9788937463167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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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4-02-07
페이지, 크기, 무게 372쪽, 128*195mm, 425g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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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설
작가 연보
저자소개
저자 : 버지니아 울프
1882년 런던에서 태어나 당대 최고 수준의 지적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환경에서 성장했다. 비평가이자 사상가였던 아버지 레슬리 스티븐의 서재에서 책을 읽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고 오빠 토비가 케임브리지 대학교에 입학한 후 리턴 스트레이치, 레너드 울프, 클라이브 벨, 덩컨 그랜트, 존 메이너드 케인스 등과 교류하며 ‘블룸즈버리 그룹’을 결성하기도 했다. 평생에 걸쳐 수차례 정신 질환을 앓았으며 1907년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리먼트》에 서평을 싣기 시작하면서 『댈러웨이 부인』, 『등대로』, 『파도』 등 20세기 수작으로 꼽히는 소설들과 『일반 독자』 같은 뛰어난 문예 평론, 서평 등을 발표하여 영국 모더니즘의 대표 작가로 인정받게 되었다. 소설가로서 울프는 내면 의식의 흐름을 정교하고 섬세한 필치로 그려 내면서 현대 사회의 불확실한 삶과 인간관계의 가능성을 탐색했다. 1970년대 이후 「자기만의 방」과 「3기니」가 페미니즘 비평의 고전으로 재평가되면서 울프의 저작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졌고, 「자기만의 방」이 피력한 여성의 물적, 정신적 독립의 필요성과 고유한 경험의 가치는 우리 시대의 인식과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평화주의자로서 전쟁에 반대하는 주장을 펼쳐 왔던 울프는 1941년 독일의 영국 침공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신 질환의 재발을 우려하여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역자 : 이미애
현대 영국 소설 전공으로 서울대학교 영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동 대학교에서 강사 및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조지프 콘래드, 존 파울즈, 제인 오스틴, 카리브 지역의 영어권 작가들에 대한 논문을 썼고, 역서로는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조지 엘리엇의 『아담 비드』, J. R. R. 톨킨의 『호빗』, 『반지의 제왕』(공역), 『위험천만 왕국 이야기』, 『톨킨의 그림들』, 토머스 모어의 서한집 『영원과 하루』, 리처드 앨틱의 『빅토리아 시대의 사람들과 사상』 등이 있다.
출판사 서평
▶ 울프 자신의 유년 시절을 그려 낸 가장 자전적인 소설
아름다운 여름날, 헤브리디스 군도의 작은 별장에 램지 가족과 그들의 손님들이 모인다. 막내 제임스가 등대에 가고 싶어 하자, 램지 부인은 희망적인 대답을 들려주지만 램지는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아들을 낙담시킨다. 재능이 있으나 성정이 불안한 남편 램지를 한결같이 보살피고 내조하는 전형적인 빅토리아 시대 여성 램지 부인은 단절되고 분열된 사람들을 화합으로 이끄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감정적인 피로에 시달리며, 자기 행동이 이기심이나 허영심의 발로는 아닌지 괴로워하는 “비관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등대로』는 울프의 작품 중 가장 자전적인 소설로 꼽힌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세인트아이브스 해안에 있는 별장에서 울프는 열세 살 되던 해까지 매년 여름을 보냈다. 1925년 봄, 그 섬에서 보낸 어린 시절과 부모에 대한 기억을 짧은 소설에 담겠노라고 일기장에 쓴 울프는 이듬해 본격적으로 집필에 착수하여 1927년 『등대로』를 발표했다. 아버지를 형상화한 램지는 위엄 있고 가부장적이며 위선적인 인물로, 어머니를 염두에 둔 램지 부인은 헌신적이고 순종적인 여성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한편, 램지는 안쓰러울 만큼 타인의 공감에 집착하며 고독하고 유약한 모습을 보이고, 부인은 때때로 주변 사람들에게 화해와 유대라는 덕목을 지나치게 강요함으로써 지배적인 면모를 드러내기도 한다. 작가 자신이 어릴 적 기억을 밑거름 삼아 소조한 인물인 만큼, 램지와 램지 부인은 소설적 인간을 넘어서, 복잡하고 다면적인 현실의 인간으로 다가온다. 작품 속에는 어린 시절 위압적인 아버지 밑에서 울프가 느꼈던 가족 관계 내부의 제국주의적 폭력성에 대한 적개심과, 그럼에도 아름답고 아련한 유년 시절에의 깊은 향수가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

▶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인간 내면의 풍경을 묘사하다
버지니아 울프가 제임스 조이스, 마르셀 프루스트와 더불어 ‘의식의 흐름’ 사조를 이끈 모더니즘 문학의 기수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등대로』는 전작들에서보다 완숙하고 완성적인 형태로 ‘의식의 흐름’ 기법을 소화해 냈다고 평가받는 작품이다. 울프는 평범한 일상 사건에 램지와 램지 부인, 그리고 그 밖의 등장인물 저마다의 시점을 투영하고, 발화와 생각, 대화와 설명을 명확히 구분 짓지 않는 화법을 구사함으로써, 인간 내면에서 끊임없이 생성되는 의식의 흐름을 부각한다. 마치 피카소의 큐비즘처럼 인물의 시점을 자유자재로 옮겨 가면서 내면 심리를 묘사하는 울프의 실험적 서술은, 같은 사건이라도 시점에 따라 의미와 평가는 판이하게 달라지며, 설령 같은 인물이라도 과거와 현재의 인식은 동일하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분명히 알려 준다.
『등대로』의 첫 문장은 등대에 가고 싶어 하는 막내 아이에게 램지 부인이 들려주는 “그래, 물론이지. 내일 날이 맑으면 말이야.”라는 대답이다. 잔뜩 기대에 부푼 아들이 재미 삼아 오려 낸 카탈로그 사진에는 환희의 테두리가 둘린다. “감정들을 서로 떼어 놓지 않고 가까이 있는 현실에, 기쁘거나 슬픈 미래에 대한 예감을 덧씌우는” 아들의 감정이 등대 원정과는 무관한 가위질에 옮겨 가는 것이다. 그런 아들을 바라보며 램지 부인은 단호해 보이는 아이의 이마와 눈초리에서 판사나 지휘관이 된 장래의 모습을 상상하는데, 전혀 엉뚱한 공상처럼 보이지만 아들의 장래를 긍정하듯, 아들의 소망에 무조건적으로 긍정하려는 어머니로서의 심정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곧바로 램지는 날씨가 궂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아이는 “도끼나 부지깽이, 아니면 아버지의 가슴에 구멍을 낼 수 있는 어떤 무기라도 가까이 있었다면” 하고 격렬히 반응한다. 부인의 대답에 한껏 솟구쳤던 아이의 감정이 아버지의 한마디에 일순간 분노와 패배감으로 바뀌는 모습은 한 인물이 다른 인물에게서 얼마만큼 심리적 영향을 받게 되는가를 잘 보여 준다. 제임스의 시선을 따라 처음에 램지는 “칼날처럼 가느다란 몸으로 옆에 서서 기대를 깨뜨려 버리”는 인물로 묘사되다가, 그 뒤로 램지 본인의 속내인 듯 “자기 갈빗대에서 생겨난 자식들은 모름지기 삶이란 힘겨운 것이고, 사실이란 타협할 수 없는 것”이란 사실을 어린 시절부터 알아야 한다는 문장이 이어진다. 이처럼 작가는 인물의 속마음이나 발언을 직접 인용하지 않으면서도 여러 등장인물의 시점을 번갈아 서술함으로써, 타인과 마주하는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아주 미묘한 기분 변화, 그리고 그로 인한 인간관계의 변이 양상을 민감하게 포착해 낸다.

▶ 삶과 죽음, 인생과 자연의 의미를 구하는 실존적 물음
여덟이나 되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그 아이들은 물론 남편이나 이웃들에게서까지 여러 요청을 받는 램지 부인은 “자신이 사람들의 감정에 흠뻑 젖은 스펀지일 뿐”이라고 느낀다. 그러다 이따금 사색에 빠져들며 “어둠의 쐐기”가 되는 상상을 하고, 조바심과 초조한 마음이 사라진 후에 차분히 등대의 빛줄기를 바라보면서 “다 끝날 거야, 다 끝날 거야.”라고 읊조리곤 한다. 그녀에게 세상은 “이성이나 질서, 정의라고는 전혀 없고, 오직 고통과 죽음, 빈곤이” 있는 곳이다. 눈앞에 펼쳐진 만의 풍경에 어린애처럼 큰 소리로 “아, 너무 아름다워요!”라고 외치는 그녀이지만, 속으로는 “세상이 아무리 비열한 배반도 능히 저지를 수 있”다는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가끔 보이는 초연하고 고적한 모습에 램지는 고통을 느낀다. 그리고 십 년의 세월이 흐른다. 램지는 “어느 어둑한 날 아침에 비틀거리며 복도를 따라 걷다가 양팔을 내밀”지만 전날 밤 램지 부인이 갑작스레 죽었기에 “그의 팔은 텅 빈 채로 남고” 만다.
전쟁이라는 인간이 일으킨 재난에 더해 해일이나 지진 같은 자연재해의 위협 앞에서 인간 존재는 더욱 위태롭고 가련해 보인다. “삶에 대해서, 죽음에 대해서, 램지 부인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지만 “누구에게든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다고” 느끼는 릴리나, 햇살 가득한 낮에도 “우중충한 녹색의 졸음기”에 싸여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카마이클, 때 지난 유행가를 웅얼거리며 램지 가족의 별장을 정돈하는 맥냅 부인 등 『등대로』의 인물들에게 삶은 결코 가볍거나 유쾌한 것이 아니다. 작은 섬을 바라보며 “처량하게도 하찮은 곳이군.”이라고 했던 램지의 말은 마치 이들, 아니 넓게는 인간의 운명에 대한 암시처럼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대륙이 아닌 섬은 안정감과 생의 영속적 의미를 탐구하는 인간에게 그야말로 비극적인 배경인 것이다. 이처럼 소멸 위기에 봉착한 불안정한 인간의 삶이 과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천착한 『등대로』는 전후 시대 실존의 풍경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젊은 세대 여성, 나아가 예술가로서의 삶의 방식을 모색한 작품
램지 부인의 이웃이자 아마추어 화가인 릴리 브리스코는 매력적인 램지 부인을 화폭에 담으려 하지만, 존경스러우면서도 거북하게 느껴지는 모순되는 인상들로, 그 내면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애먹는다. 부모 세대와는 다른 삶의 방식을 고민하는 젊은 여성이자, 기법과 주제 면에서 자신만의 비전을 찾기까지 고된 여정을 멈추지 않는 예술가 릴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분신으로 보인다. “여자는 그림을 그릴 수 없어. 글도 쓸 수 없어.”라는 탠슬리의 말과, 여자라면 남자를 보살피고 다독여야 한다는 램지 부인의 눈빛에 끊임없이 시달리던 릴리 브리스코는 작품 말미에서 마침내 램지 부인의 그림을 완성해 낸다. 자신만의 비전을 얻은 것이다.
“노예가 아니라 자유로운 인간이라면, 자신이 써야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것을 쓸 수 있다면 (……) 플롯도, 희극도, 비극도 없을 것”(「현대 소설」)이라는 울프의 말처럼 『등대로』에 익숙한 로맨스나 대단원은 없다. 다만 무수히 쏟아지는 인상들과, 그것들이 결합하여 탄생한 중요한 순간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고 하나의 ‘예술품’과 같이 사람들 마음속에 남는 것은 강렬한 순간의 기억이며, 예술은 그 순간에 옷을 입히고 구체화하는, 삶의 적극적인 방편임을 울프는 역설한다. 『등대로』는 젊은 세대 여성 예술가로서 울프가 끊임없이 고민해 온 정체성이라는 주제에 대해, 그녀 나름의 해법을 들려주는 소설이다. 이 작품에는 주요한 삶의 기점들을 예술품과 같이 마음과 인간 정신에 새김으로써, 보다 온전하고 충만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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